사자성어 업어치기
안빈낙도(安貧樂道) - 가난을 편히 여긴 게 아니라, 포기할 줄 알았던 거다.
글살리고
2025. 4. 6. 08:17
안빈낙도(安貧樂道) - 가난을 편히 여긴 게 아니라, 포기할 줄 알았던 거다.
안빈낙도(安貧樂道)란?
안빈낙도(安貧樂道)는
가난을 편안히 여기고, 도를 즐긴다는 뜻을 가진 사자성어다.
중국 한나라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말로,
물질적 풍요보다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찬미하는 데 사용되었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서도
세속적인 욕심을 버리고,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가난을 편안히 여긴다는 건
어쩌면 가장 슬픈 자기 위로였는지도 모른다.
정말 편안했을까?
살다 보면 안다.
빈 지갑을 쥐고,
텅 빈 방에 누워 있으면
마음까지 함께 무너진다는 걸.
그런데도 옛사람들은 말했다.
"가난을 편안히 여기라"고.
비 오는 날, 젖은 신발을 바라보며
"나는 마음이 편안하다"고 스스로를 다독였고,
배고픈 밤, 빈 그릇을 보며
"나는 도를 즐긴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런 말을 믿어야만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편안함이 아니라, 포기였다
안빈낙도는
가난을 긍정한 것이 아니다.
가난을 거스를 수 없었기에, 품은 척 한 것이다.
욕망을 버린 것이 아니라,
욕망을 가슴 깊이 숨겨두고
그 위에 조용히 먼지를 덮어둔 것이다.
편안한 척,
즐거운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체념은 때로 가장 고요한 웃음으로 나타난다.
안빈낙도, 삐딱하게 다시 읽기
그래서 나는 이렇게 부르고 싶다.
안빈낙애(安貧樂哀)
가난을 편안히 여기다가, 결국 슬픔을 즐기게 된 것이다.
세상에는
안빈도 없고,
낙도도 없다.
가난은 편안한 게 아니고,
도를 즐기는 건 더더욱 아니다.
다만,
견디고 견디다 지쳐서
슬픔마저 익숙해진 것뿐이다.
그리고 그 슬픔에
이름을 붙이지 않으려 애썼던 것뿐이다.